스타트업 입사 1주년 회고

 

 

현재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에 입사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그간 우리 회사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나 또한 작지 않은 변화를 맞이 했다. 외부의 시선으로 볼 때, 회사 그리고 나의 지난 1년은 나비의 날갯짓과 같이 아주 미세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간의 경험은 나에게 27년간 배우고 익힌 것보다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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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주니어

 

입사 초반을 포함해 현재까지도 '나는 아직도 주니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애송이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느 부서에 영향을 미치는지 계산하지 못하고 무작정 업무에 뛰어드는 경향을 보이곤 했다. 그리고 굳이 당장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처리하느라 시간과 정성을 쏟기도 하고, 한시가 급한 일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여 시간을 잡아먹은 적도 있다. 눈 앞에 닥친 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능동적이지 못한 태도도 문제였다. 체계가 없다면 체계를 만들어서 업무를 진행해야 했는데, '없으면 없는대로 별 문제 없겠지'라는 식으로 안일하게 행동했다. 내게 필요한 사고방식은 '이런 점이 잘못 됐으니 내가 개선해야지'였는데, '이거 원래 이런 식이구나, 나도 똑같이 하지 뭐'와 같은 태도였으니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방식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이런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업무를 진행하다가 몇 번의 실수를 보였다. 경각심을 갖게 된 건, 내가 한 실수가 나에게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었다. 멍청한 짓을 하더라도 나만 피해를 보면 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나의 부족함과 과오를 뉘우치고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대화가 필요해

 

회사 생활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의 오류'이다. 나는 분명 A라고 전달했는데, 상대는 B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초반에 잘못 이루어진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엉뚱한 산출물을 낳게 되고,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이 헛수고가 되고 만다. 

 

커뮤니케이션 관련하여 그동안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① 구두로만 이루어진 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실패한다. 말이란 건 형체가 불분명하여 듣는 사람에 따라 모양이 바뀌곤 한다. 또한 구두로 이루어진 내용들은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어디론가 사라진다. 모든 사람들이 기억력이 좋고 양심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애속하게도 그런 세상은 없다. 증거가 없는 말은 악의적으로 편집되고 재구성된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형태로든 기록하고 공유해야 한다.

 

② 커뮤니케이션은 상호작용이다. 내가 A라 말한 뒤에 문서로 남기고 상대방에게 공유까지 했다고 하자. 그런데 상대방의 머릿속에서 나의 말을 AA나 AB로 이해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내가 A라고 전달했다고, 상대방이 그 말을 곧이곧대로 이해할 것이라는 믿음은 버려야 한다. A라고 전달했으면, 상대방도 A로 받아들였는지를 확인하는 '상호합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메신저든 협업툴이든 메일이든 가시적인 형태로 더블체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의도가 반이다

 

회사생활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래서 의도가 뭐야?'라는 말이다. 의도가 빠진채 전달된 내용은 상대방을 이해시키거나 납득시킬 수 없다. 다른 사람이 작성한 문서를 보거나 발표를 들을 때에도 그 안에 담긴 의도가 파악되지 않으면, 그것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고역이다. 의도를 담지 못한 채 진행하는 일은 효율적이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된다.

 

반 페이지짜리 문서를 작성할 때에도, 외부 미팅 일정을 잡을 때에도 의도가 필요하다. 하루는 회사에서 단체로 견학을 가게 되었는데, 내가 직접 참석 인원을 선정하게 되었다. 별 생각없이 다른 분께서 지정해주신 인원 그대로 일정을 잡았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나의 상사께서 선별된 리스트를 보시고는 인원선정에 어떠한 의도나 생각이 보이지 않는다고 꾸지람하셨다. 견학의 목적이 무엇인지, 누가 참석하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인지 등을 고려하여 인원을 선정했어야 했는데 아무런 의도 없이 결정된 일이라는 게 티가 났나보다. 회사에서 하는 일 중에서 '그냥' 하는 일은 없는데, 내가 한 행동은 너무 안일하고 멍청했다. 

 

그 이후부터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의도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작성하는 문서에 어떤 의도를 담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내가 전달하려는 의도를 상대방이 캐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의도에만 집중한다면, 문서의 형식이나 말의 형태는 부수적인 것이 된다. 의도만 제대로 전달한다면 절반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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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란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다. 다행인 것은 그간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이곳에서 발전하고 있고, 문제를 개선하고 있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있다. 여기서 배운 일의 방식과 태도가 다른 회사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곳에서 보낼 시간들과 내가 만들어 낼 결과물들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