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온라인 글쓰기교실이 알려주는 서평 잘 쓰는 법

 

나는 고질병이 하나 있다. 책을 읽고나서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책 내용을 온전히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연히 내가 몇 년 전에 읽었던 책 리스트를 발견하게 되면, '이 책 내용이 뭐였지'는 고사하고 '내가 이 책을 읽는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정도이다.

 

원인이 무엇일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는 시간에 쫓기듯 책을 읽는 경향이 있다. 나름대로 블로그에 책 리뷰까지 남겨보아도 책 내용을 기억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독서를 하며책 내용을 이해하고 온전히 나만의 관점에서 소화하는 과정 없이, 요식행위처럼 읽은 책 리스트에 +1을 하고 블로그에 게시글 하나를 더 쌓는 것에 것에 더 집중했던 내 모습 반성해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서평도 잘 쓰면서 책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인터넷으로 찾아보던 중 '서울대학교 온라인 글쓰기교실'의 포스팅을 발견했다.

 

종류별 글쓰기 - 서평 쓰기 - 서울대학교 온라인 글쓰기교실

 

해당 포스팅은 "서평을 쓴다는 것의 의미 - 서평의 구성 - 서평을 잘 쓰는 방법" 크게 세 가지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평을 왜 쓰는가? 서평은 독후감과 달리 책에 대한 이해와 비평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거나 설득하기 위한 글이다. 따라서 서평은 개인의 감상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주목하거나 함께 고민해 볼 만한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점은 서평에 개인의 의견을 쓰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서평에는 내 의견이 반드시 담겨 있어야 한다. 단, 이때의 의견이란 안타까움과 같은 개인적인 소감이 아니라, 책의 의의와 가치가 무엇인지를 판단할 때 자연스럽게 개입되는 나의 관점이나 가치관을 말한다. 즉 서평의 내용은 개인적인 가치 판단을 포함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서술되고 구체적인 논거로써 뒷받침되어야 한다. 서평을 쓰는 과정에서 책과 저자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그 내용을 자신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책은 내 것이 된다.

 

서평은 5개의 핵심요소로 이루어진다.

• 요약과 이해: 요약의 주요 대상은 글의 핵심주장, 핵심 개념,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와 근거들, 글의 의도, 글의 맥락, 저자의 관점 등이다. 무엇보다도 글의 핵심주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으면 좋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관점과 근거 및 사례들을 간추린다. 책의 각 장에서 주로 다룬 내용을 정리하면 저자의 주요 접근 방식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단, 모든 챕터를 요약할 필요는 없으며,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 분석: 여러 근거들을 바탕으로 책의 특징적인 점들을 찾아낸다. 책 속에서는 줄거리, 목차의 구성, 저자가 제시하는 개념이나 아이디어, 문체, 저자의 논증 방식 등을 관찰하여 책의 특징을 찾아낼 수 있고, 책 밖에서는 저자의 이력, 저자의 다른 책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책들, 책을 둘러싼 시대적‧역사적 배경 등을 살펴보고 책의 특징을 변별해낼 수 있다.
  
  
• 판단: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책의 고유한 특징을 명확하게 정리한다. 책에 대해 ‘분석 내용을 종합해 보니 이 책은 ㅇㅇㅇ 개념을 제시한 점이 특징적이다.’와 같이 두드러지는 점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 평가: 판단 결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책이 어떤 맥락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평가한다.
  
  
• 대안 제시: 앞선 평가에서 다루었던 책의 한계에 대해 대안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측면들을 제시할 수 있다.

책에 대한 특징을 언급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책이 갖는 의미나 책의 한계점, 그리고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은 저자의 의견을 100% 수용하는 것이 아닌 책에 대한 내 의견을 단단하게 세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서평을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책을 잘 읽어야 한다. 책을 잘 읽기 위해 제시된 방법은 아래와 같다.

 

• 두 번 이상 읽기 : 책을 한 번만 읽어서는 책과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소화하기 어렵다. 또한 읽을 때마다 읽는 목적을 조금씩 달리하면서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전문가들은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책의 메시지를 최대한 수용하고 책의 특징과 매력을 찾아내려는 호의적인 자세로 읽고, 두 번째로 읽을 때는 첫 번째 독서에서 남았던 의문점을 바탕으로 책 내용과 구성 방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추천한다.
• 메모하며 읽기 : 책에 수록된 모든 구체적인 내용과 그 위치, 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 및 그 출처를 일일이 기억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메모하며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메모, 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한 메모,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나의 의문이나 단상을 기록한 메모, 책에 관해 추가적으로 조사한 정보를 기록한 메모 등을 작성하여 모아둘 수 있다. 중간중간 저자의 논지와 메시지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반대로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내 생각을 메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종적으로 책을 다 읽고 메모들을 살펴볼 때, 내가 이 책을 읽고나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리되어야 한다.
• 조사하며 읽기 : 책을 더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선, 책과 관련한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조사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포스팅대로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에, 새로운 독서습관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