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이직을 했는가

 

대이직의 시대. 평생직장이란 말이 구태의연하게 느껴지는 요즘 시대에 이직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 역시 최근 2년 2개월의 길지 않은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환승 이직을 마무리 지었다. 이직을 위한 이직이 목표는 아니었으나, 커리어의 성장을 위해 지금 이 타이밍에 이직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차였다. 이전 직장에서는 매일같이 일을 하면서도, 이곳에서의 경력이 나에게 더 좋은 커리어를 보장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결국 나에게는 앞으로 더 좋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는 새로운 거처가 필요했다.

 

어떤 점들이 이직을 결심하게 된 트리거였을까. 우선, 이전 직장에서는 전문성을 기르는데 제약이 컸다. 문과생 그것도 전략기획이라는 모호한 직무에 일하면서 무슨 전문성을 기대하겠냐마는, 각 직무에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R&R이 분명 존재한다. 전략기획은 일반적으로 매출과 손익에 기반한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기반한 과제와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모든 목표와 계획은 숫자로써 관리되고 성과를 평가한다. 하지만 이전 직장에서는 숫자에 기반한 경영 체계가 사실상 부재했다. 구체적으로 합의된 목표 없이 어떻게 나와 팀, 그리고 회사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겠는가. 내가 이곳에서 더 오래 근무한다고 한들 다른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자격이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내가 회사에 필요한 체계를 직접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일의 적임자는 내가 될 수는 없었다. 나도 경험해 보지 못한 체계와 시스템을 회사에 뿌리내리기에는 나 자신에게도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설령 내가 그 변화를 회사에 가져올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과물을 마주하기까지의 모든 과정과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참을성이 부족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맨땅에 하는 헤딩이 아니라, 체계적인 환경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직을 결심했고 실천에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