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앱에서 커머스를 한다고?

 

 

수익을 창출하는 일은 모든 스타트업의 지상과제이다. 특히 투자 경기가 얼어붙은 요즘과 같은 시기일수록 서비스의 수익성을 증명하는 일은 더할 나위없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서비스로 시작해 3천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지만, 지역광고를 제외한 명확한 수익모델이 없어 당근페이, 브랜드 프로필(프랜차이즈 광고), 중고거래 광고 등 신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일단 회원만 왕창 모으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낙관할 수 있는 시대가 결코 아니다. 회원수도 많고, 활성 사용자도 많으면서, 수익도 나는 서비스만 살아남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시대가 도래하였다.

 

 

우리 회사도 작년에 투자를 유치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투자를 통해 현금을 두둑히 확보한 것과 별개로, 투자사에게 사업 성과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다음 단계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더 큰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는 사업 구상이 필요했다. 기존에 우리 회사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한 회사를 대상으로 SI(System Integration)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해왔다. 동시에 우리 회사의 소프트웨어와 연동된 IoT 하드웨어를 납품하며 부가적인 매출을 일으키곤 했다. 하지만 해당 비즈니스의 한계점은 분명했다.

 

 

첫째, 시장의 규모가 한정적이었다. (내 정체가 탄로날까봐 자세히 묘사하기는 어렵지만) 고객사가 위치한 산업 특성상 시장상황 및 정책 등 외부요인에 의해 시장 수요의 변동이 컸으며 장기적으로 볼 때 우하향 하는 시장이었다.

 

둘째, 매번 부가적인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고객사 현장에서는 우리가 납품하는 하드웨어를 필요로 했지만, 그렇지 않은 현장에서는 굳이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우리의 하드웨어 상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셋째, 우리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의 구매자와 실사용자가 달랐다. 사실 이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회사는 구매자인 고객사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실사용자인 엔드유저를 배려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서비스 지표는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정리하자면, 우리 회사의 B2B 사업 모델은 한정적인 시장 규모 속에서 장기적인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B2C 사업 모델은 서비스 지표의 성장이 지지부진하여 과연 향후에 더 많은 활성 사용자를 확보하고 더 나아가 수익성까지 제고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었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커머스 비즈니스였다. 우리 서비스에 커머스를 도입함으로써, 더 많은 활성 회원을 확보하고 수익성까지 증명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런 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목적은 무언가를 구매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유저들은 IoT 기기를 제어하거나 기타 주거생활의 편의를 느끼고자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그런 곳에서 상품을 판매하면 유저의 거부감을 초래하여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회사 내부적으로도 우리 서비스의 본분에 충실할 것이냐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지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비스의 지속성과 수익화를 위해 커머스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모아졌고 이에 대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커머스가 주는 거부감을 최소화 하는 일은 나와 우리 팀에게 숙제로 남아 있었으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해결방안을 마련해야만 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