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혹은 속 빈 강정

입사 후 겨우 두 달이 지났지만, 적지 않은 양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단순히 업무의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업무의 폭 또한 넓은 상황이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부서와 팀이 나뉘어 있다 하더라도 주인이 없는 일은 내 일이 되고 만다.

예컨대, 현재 우리 회사에는 홍보/마케팅을 전담할 직원이 없다보니, 홍보/마케팅 업무를 내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또한 HR 업무에도 일부 발을 담그고 있는 상황이라, 때로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넓은 범위의 일을 진행한다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기 때문에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좋은 점은 회사에 여러 방면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략기획은 대체로 사업을 기획하고, 다른 팀들에게 회사의 계획과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업무 범위가 회사 내부에 한정되어 있다. 반면, 홍보/마케팅은 우리가 하는 일과 비전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일인 만큼, 일의 영향력이나 도달 범위가 훨씬 넓고 피드백도 빨라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회사 내부에서 보았을 때, 전반적인 기여도가 높은 직원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평생 한 곳의 회사만 다닐 수 없다. 언젠가 이직을 해야하고, 이직 시 전 직장에서의 역할과 경력은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닌다. 내부적으로는 이일 저일 다 해내는 만능 직원이었다 하더라도, 외부의 시선에서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결국 회사생활 동안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확실한 업무 영역을 구축해야만 한다. 그건 이 직장에서 내가 해결해야 할 숙제고, 미래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열쇠일 것이다.